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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면역질환은 왜 생기는 걸까?

by 정보다이소92 2026. 3. 25.

면역이 자기 몸을 공격한다는 게 처음엔 좀 이상하게 들립니다. 지키라고 만들어진 시스템이 오히려 안을 부순다는 건데,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기는 건지 선뜻 이해가 안 되기도 하죠. 그런데 생각보다 이런 일이 꽤 흔하게 일어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 하시모토 갑상선염, 1형 당뇨까지 이름도 다르고 증상도 다른데 뿌리는 같습니다. 면역이 자기 자신을 적으로 인식하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약 8억 명이 어떤 형태로든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다는 추정이 있습니다. 드문 이야기가 아니에요.

자가면역질환은 왜 생기는 걸까?
자가면역질환은 왜 생기는 걸까?

면역은 원래 자기 몸을 알아본다, 근데 가끔 실수한다

우리 면역 시스템은 태어날 때부터 '이건 내 몸이니까 건드리지 마'라는 교육을 받습니다. 이 훈련이 주로 이루어지는 곳이 흉선이라는 기관인데요, 여기서 T세포들이 자기 몸의 단백질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녀석들을 미리 솎아냅니다. 일종의 내부 검열 과정이에요.

근데 이 과정이 완벽하지가 않습니다. 검열을 통과해버린 자기반응성 세포들이 혈액 속에 살아남아 돌아다녀요. 사실 건강한 사람한테도 이런 세포들이 있습니다. 보통은 여러 억제 장치들이 이 세포들을 잠재워두는데, 어떤 계기로 그 억제가 풀리는 순간 면역이 자기 조직을 향해 반응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 계기가 뭔지가 핵심인데, 솔직히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어요. 딱 하나의 원인이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요소가 겹쳐서 터지는 것에 가깝습니다.

유전자 탓만도 아니고, 환경 탓만도 아닌 이유

자가면역질환은 유전적 소인이 있습니다. 가족 중에 환자가 있으면 발생 위험이 올라가고, 특히 HLA라는 유전자 변이가 많은 자가면역질환과 연관된다는 건 꽤 확립된 이야기입니다. HLA는 면역 세포가 자기와 남을 구분할 때 쓰는 일종의 신분증 같은 역할을 해요.

그런데 유전자만으로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인데 한 명만 자가면역질환이 생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유전자가 전부라면 둘 다 걸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거죠. 환경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환경 요인 중에서 감염이 꽤 유력하게 지목됩니다. 특정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된 후에 자가면역 증상이 시작되는 사례들이 보고되어 있는데, 이 메커니즘을 '분자 모방'이라고 부릅니다. 침입한 병원체의 단백질 구조가 우리 몸의 특정 조직이랑 비슷하게 생겼을 때, 면역이 병원체를 공격하다가 자기 조직까지 같이 건드리게 되는 거예요. 코로나19 감염 이후에 자가면역 증상이 나타나는 사례들이 잇따라 보고되면서 이 분야 연구가 최근 몇 년 사이 훨씬 활발해졌습니다.

여성에게 훨씬 많이 발생한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전체 자가면역질환 환자의 약 80%가 여성이에요. 에스트로겐 같은 여성 호르몬이 면역 반응에 영향을 준다는 가설이 있는데, 아직 완전히 규명된 건 아닙니다. 이것도 연구 중인 영역이에요.

장내 미생물 불균형, 비타민 D 결핍, 만성 스트레스, 수면 부족, 흡연. 이것들도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꾸준히 언급됩니다. 결국 어느 하나가 원인이라기보다 이것저것이 쌓이다가 어느 시점에 한계를 넘어버리는 것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럼 막을 수는 있는 걸까요

완전한 예방법은 없습니다.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그렇고요. 이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에요.

다만 발병 위험을 낮추거나 이미 진단을 받았다면 증상 악화를 늦출 수 있는 방향은 있습니다. 장 건강이 그 중심에 있어요. 다양한 채소, 발효 식품, 식이섬유 위주 식단이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이게 면역 조절 능력이랑 연결됩니다. 반대로 초가공식품, 정제 당류 위주 식단은 장내 환경을 빠르게 무너뜨립니다.

비타민 D도 빠지지 않습니다. 면역 조절에 관여하는 중요한 영양소인데, 자가면역질환 환자에서 비타민 D 수치가 낮다는 연구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어요. 실내 생활이 많은 현대인은 결핍 상태인 경우가 많으니 한 번쯤 확인해보는 게 좋습니다.

이미 진단을 받은 분들 중에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 이후 증상이 급격히 나빠지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장기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면역 억제 기전에 영향을 주거든요. 관리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자가면역질환은 아직 풀리지 않은 게 많은 분야입니다. 왜 생기는지에 대한 완전한 답이 없고, 치료도 완치보다는 조절에 가깝습니다. 유전자는 바꿀 수 없지만, 그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될지에는 생활 습관이 분명히 영향을 줍니다. 딱 거기까지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이 의심되거나 관련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에서 진단받으시기 바랍니다.